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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20:09
나라마다 가치가 다르다 해도 근대 국가라면 다들 공감하는 원칙은 있습니다.

"살인은 죄다, 특히 인종청소는 인류에 대한 범죄다."
"한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언론의 자유는 가장 근원적인 자유다."

민주주의의 요람을 자처한다는 미국은 때로 이 원칙을 침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지만, 언론의 자유가 근원적인 인권임에는 우리라고 별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특히 수정헌법 1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명문화한 미국에서는 누구도 이를 제재하는 하위 법률을 만들 수 없습니다.

수정헌법 1조 탓에 미국에서는 시위 도중 성조기를 태워도, 인터넷서 악성 댓글을 남겨도 모두 언론의 자유로 인정이 됩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고 할까요? 욕설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남이 욕설할 자유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는 또한 적극적인 언론자유의 보장을 위해 익명의 뒤에서 발언할 권리까지 포함하지요.

"당신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자유를 위해 내 목숨은 내놓을 수 있다"는 명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미국이 신주단지로 여기는 이런 가치는 미국의 인터넷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심각한 도전을 받습니다. 특히 구글, 야후 등 대량의 회원정보를 보유하면서 정보의 게이트키퍼 노릇을 하는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큰 곤욕을 치렀지요.

실제로 야후는 반정부인사로 낙인 찍힌 한 중국 언론인의 이메일 계정과 IP 접속기록등을 중국 수사 당국에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구글은 또 '파룬공'등 중국 당국이 폐쇄를 요청한 사이트의 검색을 차단했고, MSN 역시 "자유" "민주주의" 등의 단어가 검색되지 않도록 협조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많은 네티즌들은 '만리장성(The Great Wall of China)' 을 빗대 중국의 인터넷을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 Wall of China)' 이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중국과 미국 인터넷 기업간의 갈등에 머물지 않고 미 의회 차원의 이슈로 확산됐다는 것입니다. 야후의 제리 양 사장과 에릭 쉬미트 등 구글 수뇌부는 이 문제로 줄줄이 미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 미국의 인터넷 업체가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과 언론통제에 주구 노릇을 하게 된 사연을 추궁당해야 했습니다.

외신의 보도를 보면서도 이런 일은 인권 후진국이란 비판을 듣는 중국이나 북한같은 나라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시아의 민주주의 선도국'이라는 대한민국이 곧 미 의회 청문회의 도마에 오를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인 인터넷 실명제와 명예훼손죄를 국내 포털에 이어 구글, 유튜브등에도 적용하겠다고 나섰고, 이 경우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또 다시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입니다.

중국에서처럼 소위 "진출한 국가의 법과 규정, 관습 등을 준수한다"며 오리발을 내밀다 미 의회의 청문회에 또 불려갈 것인가, 아니면 서비스 중단을 각오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항하고 나설 것인가?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 철폐등을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세우며 집권한 이명박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참 할 말을 잃게 합니다. 언론자유도, 민주주의도, 규제철폐도 유리하면 글로벌 스탠더드고 불리하면 '정보전염병'이랍니까?

미국의 입맛을 맞추려고 할 수록 한미관계가 틀어지곤 하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반 년의 학습효과가 또 반복되는 것일까요? 만약 구글, 유튜브, 야후 등이 이명박 정부의 실명제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기 시작하면 이 문제는 더 이상 내정 문제가 아니라 한.미간의 국제적 갈등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합니다.

미국이 미국식 민주주의 수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내세우는 한국이, 인터넷에서만큼은 중국, 북한과 동급의 나라로 전락한 사실이 미 의회까지 알려진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라는 부시 대통령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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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tadia's me2DAY | 2008/08/14 00:20 | DEL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라는 부시 대통령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지난 번 발표현장에서 봤던 그런 표정을.
Tracked from 현실창조공간 | 2008/08/28 00:46 | DEL
언젠가부터 얼리 어댑터란 말이 유행합니다. 신기술을 수용한 신제품을 빠르게 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더군요. 저같은 문과생은 감도 못 잡다가 그나마 블로그에 좀 빠져들며 대충 이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물론 돈과 능력의 부족으로 내가 얼리어댑터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_-;;; 이들 얼리 어댑터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저는 크게 둘이라 봅니다. 하나는 정말 빠르게 기술을 수용해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
송우일 | 2008/08/14 16: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구 소련 말기에 공산당 안에 사회주의의 이상을 믿는 간부들이 거의 없었던 것처럼 부시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나 이상은 안중에도 없을 겁니다.
BlogIcon PSB | 2008/08/15 12:13 | PERMALINK | EDIT/DEL
그 정도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지요.
BlogIcon nooe | 2008/08/15 17: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링크타고 들어왔습니다. 이 글은 저도 링크 남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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